야토리군은 마파두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천후추인 화자오(: 花椒)나 중국산초인 마자오(:麻椒)가 입안에 굴러 다니는 걸 진심 싫어합니다. 그러함에도 저는 오늘 마파두부를 점심 메뉴로 정했습니다. 그가 잔소리를 해댄다한들.. 제 귀에 타격감 ZERO!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네버엔딩 잔소리 폭격에 단련된 저인지라 그의 잔소리 정도는 뭐.. '훗'하고 웃지요.
오늘은 지금껏 해먹어 본 것보다 더 현지화에 가까운 마파두부를 해먹어 보겠노라 마음을 다졌습니다. 마파두부.. 실로 오랜만에 제 손으로 그려봅니다. 두둥~
마자오 1 tbsp을 비닐에 넣어 소스팬으로 두드려 으깨어 줍니다.
짠~ 솔직히 더 넣어 보고 싶었지만 일단 참아 보겠습니다.
킁킁~ 중독적입니다.
오늘은 예전에 오늘을 위해 사둔 소금에 절인 검정콩도 넣어 보려합니다.
쿰쿰한 향기
남은 것들은 1 tbsp씩 나눠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 두려합니다.
검정콩은 1tbsp 정도를 잘게 다져 소흥주 1.2tbsp을 부어 따로 준비해둡니다.
이제 본격적인 마파두부 조리를 시작합니다.
중약불로 달군 팬에 참기름 3tbsp을 넣어 줍니다.
기름이 뜨거워지면 다진 생강 1tbsp과 다진 마늘 1tbsp을 넣어 볶아줍니다.
마늘과 생강향이 기분 좋게 퍼져오면
다진 파뿌리 부분 1줄기 잘게 다져 넣어 볶아줍니다.
이 순간, 너무 황홀한 기분입니다.
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정신줄을 놓으면 마파두부는 산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이 황홀한 기분 속에 찌릿찡~한 기운의 마자오를 넣어 볶습니다.
기름이 충만하지 않은 것 같아 참기름을 중간에 더 넣어 줍니다..
다음에 중국 마트를 가면 화자오 기름 한병 담아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볶고 또 볶습니다.
이 쯔음에서 돼지고기 100-120g 정도 넣어줍니다.
주걱을 이용해 고기를 잘게 부수어 주도록 합니다.
칠리 파우더 2-3tsp 넣어 볶아줍니다.
한국식과 동남아 칠리 파우더를 섞어 넣어 주었습니다.
고기가 붉으스름하게 코팅이 되어지면 두반장 2tbsp을 아낌 없이 넣어
볶아 줍니다. 기름 방울이 투명하게 분리될 때까지
그런 다음 치킨 스톡 170-200ml를 넣어 줍니다.
여기에 검정콩을 담은 소흥주에 노두유(: 중국 간장으로 진한 색이 짙고 결이 무거운 다소 달큰한 풍미가 특징) 1tbsp, 설탕 0.3tsp에 텐멘장 1-2tsp을 넣어 간을 하여줍니다.
이 쯤에서 간을 보고 OK
두부 300g을 한 입 크기로 잘라
부서지지 않게 넣어 주세요.
주걱을 이용해 소스가 두부 속에 잘 배어들 수 있도록 조심스러운 손길로 거들어 주도록 해요.
이렇게 중약불에서 5분 가량 두부 탄력있게 익어 들때까지 조리합니다.
조리하는 동안 녹말물(녹말가루 1tbsp + 물 1tbsp)을 만들어
소스에 농도를 더하고 녹말물이 소스에서 엉기는 일이 없도록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른 손놀림으로 주걱을 이용해 잘 풀어줍니다.
엄청 매운 고추기름 2tsp을 둘러 주고
불을 세게 올려 1분 가량 맛에 열기를 더해 와글와글 끓여준 뒤 불을 꺼줍니다.
어슷썰어 둔 그린한 파 3-5tbsp을 넣어 주고 사천산초인 마자오를 그라인더로 갈아 알싸한 향과 풍미를 더해 완성입니다.
이 알싸한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이해할 거예요. 사천산초 전용 그라인더가 주방에 따로 구비되어 있는 이유를요..
자, 야토리군이 어떻게 반응을 하였을까요?
한입 먹고는 미간을 찌뿌리며 "어후~"
두입 맛보시고는 "진하게 쎄게 맛있네!"
세입 맛보시고는 "중국대륙으로 텔레포트한 맛이네!" (: 중국분들이 보시면 '피식'하실 수도)
먹는 내내 맛있다하면서도 "맛은 있는데 이 거슬거슬한 산초것들 어케 안되겠어?"
그런 그의 물음에 "응, 무리! 그냥 즐겨!!"
맛있는 점심이었습니다.
한 접시 싹싹 다 비우고, 밥통 하나를 다 거덜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따끈한 차 한잔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자오로 흠뻑 젖어 있는 얼얼한 혀 위로 따뜻한 온기로 덮어 오는 차 한 모금 한 모금이 그렇게 짜릿짜릿할 수가 없습니다.
'밥 그리고 반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근의 재발견 - 일본 오키나와현 소울푸드, 닌진시리시리(: 人参シリシリ) (5) | 2024.11.13 |
---|---|
쓰촨식 곰 발바닥 두부 조림(: Xiong Zhang Dou fu 熊掌豆腐) (0) | 2024.11.10 |
아작아작~ 아사즈케(: 浅漬け) (2) | 2024.10.17 |
의외로 야토리군이 꽤 흡족해 했던 메뉴, 중화풍 오이 새우 볶음 (0) | 2024.04.21 |
일본 주부력(?)의 기준이 되는 메뉴, 니쿠자가 (:肉じゃが) 쇠고기 감자 조림 (0) | 2024.04.17 |